완다 가그의 그림책 <백만 마리 고양이>는 1928년 처음 출판된 보헤미안 민화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와 작가를 소개하고 책 구성과 특징을 이야기합니다.
<백만 마리 고양이> 줄거리
<백만 마리 고양이>의 한국어판은 2009년 8월 시공주니어 출판사에서 발행하였습니다. 이 책은 보헤미안 민화를 재구성했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산골마을에 꼬부랑 할아버지와 꼬부랑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깨끗하고 좋은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털이 보들보들하고 앙증맞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언덕을 넘고 넘어 새끼 고양이를 구하러 갔습니다. 걷고 걸어서 고양이들로 가득 찬 언덕에 도착합니다.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여기서 가장 예쁜 고양이를 골라 데려가기로 합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 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하얀 몸통에 까만 반점이 있는 고양이가 눈에 띄어 그 고양이도 데려가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회색고양이도 그 아래에 있는 고양이도 두고 갈 수 없어 모두 데려가기로 합니다. 저 앞에도 정말로 잘생긴 까만 고양이를 발견하고 데려가기로 합니다. 눈을 돌릴 때마다 예쁜 고양이들만 눈에 띄어서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모두 데려가기로 합니다. 할아버지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연못물을 마시자 물이 모두 말라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들이 풀을 한입씩 뜯어먹자 언덕에는 풀이 하나도 남질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와 많은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고양이는 한 마리면 충분하다며 고양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고양이는 서로 자신이 예쁘다며 싸우고 말았습니다. 오랜 싸움 끝에 모두 사라지고 비쩍 마르고 지저분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 따뜻한 물로 목욕시키고 털을 빗겨주었습니다. 우유도 듬뿍 주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자 고양이는 예뻐졌습니다.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는 수백, 수천 마리의 고양이중에 가장 예쁜 고양이라고 여겼습니다.
작가-완다 가그
이 책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완다 가그(1893~1949)는 1893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일곱 형제의 맏딸로 태어났습니다. 미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연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동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형성한, 독특한 게토 문화의 본거지 뉴얼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어린 시절에 동네 어른들에게서 들었을 것 같은 유럽의 옛이야기를 독특하게 재구성하는 일에 탁월했습니다. 뉴욕의 아트 스튜던츠 리규에서 미술공부를 한 완다 가그는, 자신의 예술 세계에만 푹 빠지는 탐미적인 경향을 보이기보다는 주변 세계의 정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작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그의 그림책에는 장난기 가득한 유머가 풍부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맞추어 자기 자신을 낮추거나 일부러 유아용 언어로 이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동생들을 돌보며 자기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힘겨운 생활을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체험에 비추어, 어린이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지각 있는 존재이며, 선천적으로 주어진 여건에 자기를 맞출 줄 아는 적응력을 타고난 존재이기 때문에 현실로부터 지나친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가그는 대표작 <백만 마리 고양이>, <아무것도 아닌 개>로 칼데콧 상을 수상했습니다. 현란한 색채보다 검은색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책이자, 미국 최초의 근대적인 그림책으로 꼽힙니다. 이외에도 <스니피와 스내피>, <재미있는 것>,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등이 있습니다.
책 구성과 특징
이 책은 완다 가그의 첫번째 그림책으로 커워드 맥캔사의 편집자 어네스틴 에반스가 뉴욕 바이에 화랑에서 열린 가그의 판화 전을 보고 강한 흥미를 느껴, 그림책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가장 자신 있는 기법인 판화적 기법에 수공예적인 감각을 구사한 삽화를 그렸습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줄거리, 반복되는 리듬, 말이 가진 음운, 야이기의 기승전결이 잘 나타난 그림책입니다. 어떤 페이지에도 화면 가득 그림을 배치하지 않아 여백을 통해 독자들이 여운을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독자가 즐겁게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또 그림책의 그림은 색채가 아니라 선과 형태와 구도로 이야기한다는 것, 장면의 연속성과 변화가 그림책 그림의 기본적 요소라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그림책의 역사는 1930년을 전 후로 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928년에 출간된 이 책은 몇 사람만 돌려보는 수공 제작 그림책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중적인 그림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 이후부터 비로소 현대적인 의미의 그림책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가그는 보헤미안 민화를 재구성한 이 책에서 구수한 옛이야기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줄 수 있도록 선과 색채, 활자는 물론이거니와 , 책 크기나 장정까지 세심하게 배려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언덕이 잇따라 양페이지 가득 채운 화면은 할아버지가 복슬복슬한 고양이를 찾으러 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양페이지에 가득 채운 화면은 요즘에는 자주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게 된 아기 고양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연속 사진처럼 배열하여 점점 포동포동 살이 쪄 가는 과정과, 우유 그릇을 비우는 과정을 겹쳐 보여주는 화면에서도 그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유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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